스치는 생각

블로그를 시작했다

tarobubbletea 2025. 3. 1. 20:22

오늘은 영상 촬영을 했다. 개인 리딩을 마친 후에는 마테차 한 잔을 마신다. 커피를 끊은 지 이제 3달이 넘어간다. 오. 난 한다면 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무섭다. 그렇지만 습관을 바꾸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습관을 바꿀 정도의 어떤 계기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니까.

죽을 정도로 아파본 사람이 하루아침에 식단을 바꾼다거나 운동을 시작했다거나 사선을 넘을 정도의 동기가 있었던 것처럼 커피를 안 마시기로 한 이유도 그렇다고 본다.

 

아침에 일어나 겨우 하는 일이란, 진하게 커피를 내리고 향기를 음미하며 빈 속에 뜨거운 커피를 붓는 일이 어떤 순간엔 몹시 손해 보는 짓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내 몸을 이렇게 다뤄야 하지?" 어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을 위해 몸에 좋은 온갖 채소를 갈아서 첫 식사를 하던데, 그렇게까지 내 몸에 대하여 지극 정성은 아니더라도 뜨거운 커피를 빈 속에 퍼붓는 것만큼은 나도 멈추고 싶었다. 아주 막연히 그런 생각을 문득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어떤 계기가 있었다. 그 후로 아침에 빈속에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었다.

 

그 계기는 어쩌면 시시콜콜한 이야기여서 굳이 말 안 해도 될 것 같다. 중요한 건 누구나 안 좋은 습관은 바꾸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극적인 순간에는 망설이다 진짜로 그 습관을 버리게 된다. 가장 버리고 싶어 하는 습관은 아마도 과식하고, 운동 안 하고, 책 안 읽고, 일 안 하고, 또는 일을 너무 많이 하는 습관을 버리고 싶어 할 것 같다. 돈을 너무 많이 쓴다거나 너무 안 쓰는 것도 고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저축을 너무 안 한다거나 너무 왕소금처럼 사는 것도 인생의 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계부를 안 쓴다거나 일기를 안 쓰는 것, 공부하고 싶은 분량을 항상 채우지 못하는 것, 잠을 충분히 자고 싶은데 오늘도 여전히 누워만 있다가 찌뿌둥한 느낌으로 하루를 멍하게 살아가고 있는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잠깐의 산책을 나가는 일도 못할 뿐만 아니라 집 앞 편의점에 가는 것도 날을 잡아야 할 정도일 수 있다. 어쨌든 습관에서 벗어나는 일이란 담배를 끊는다거나 술을 끊는다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것부터, 하루에 한 번은 가족에게 전화로 안부 인사를 하겠다는 것까지 모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야 되는 일이다. 배달 음식 대신에 채소를 먹고 장을 봐서 몸에 좋은 요리를 한다는 것은 몇 년째 고전 중인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커피를 줄이는 대신에 아니, 끊는 대신에 나는 대체제를 준비해야 했다. 라테 대신에 차라리 똑같이 달콤한 핫초코를 마시는 것으로 시작하는 거였다. 그리고 나는 즉시 핫초코에 중독되다시피 해서 커피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래도 억울하지는 않았다. 핫초코를 빈 속에 마시는 것은 그렇게까지 내 위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고 마테차는 생각보다 향기로웠다. 옥수수차, 보리차, 카모마일차, 등등의 다른 차가 커피를 대신해 주었다. 상큼하다 못해 충격적인 향의 달콤한 유자차 역시 커피를 잊게 해 주었다.

 

나는 해도 해도 너무 많이 커피를 마셨던 사람이었으니까 커피의 장점을 이제 충분히 누렸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빈 속에 뜨겁고 쓴 커피를 들이붓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커피의 대체제를 생각해 내다 보니 가능해졌다. 과연 술도 그럴까? 담배도 그럴까? 그건 모르겠다. 술과 담배 때문에 사선을 넘어갈 정도라면 자신만의 대체제를 알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나는 술과 담배에는 중독되지 않았지만 막연히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예 시작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커피를 마셨던 방식을 보면 술과 담배 중독, 관계 중독이 막연하게 이해가 된다. 끊을 자신이 없는 건 아예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아, 나의 블로그 첫 글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건 의도하지 않았던 글이다. 쓰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인생도 아마 이런 것 아닐까.